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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식탁까지, 갈치 한 마리에 담긴 장인의 여정
전남 순천의 한 갈치회 전문점.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갈치를 식탁에 올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주인장이 직접 책임지는 공간이다. 밤이 되면 박환 씨는 앞치마 대신 구명조끼를 챙기고, 주방이 아닌 밤바다로 향한다.
12년 전 취미로 시작한 갈치 낚시는 이제 그의 생업이 되었다. “좋은 요리는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신념 하나로 그는 오늘도 직접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나선다. 이 식당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장인의 철학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1. 신선함을 위한 밤의 항해, 갈치 낚시 고수의 비법
갈치는 대표적인 야행성 어종이다. 낮에는 깊은 바다에 머물다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박 사장의 하루는 해 질 무렵,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식당이 도매 시장이나 경매를 통해 생선을 들여오는 것과 달리, 그는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갈치는 잡히는 순간부터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지는 어종이다. 얼음에 오래 보관된 갈치는 살이 무르고 특유의 단맛이 사라진다. 박 사장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직접 잡은 갈치를 바로 손질해 사용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그의 낚시는 이미 전문가의 영역이다. 바늘이 열 개씩 달린 채낚기 방식을 사용해 동시다발적으로 갈치를 공략하고, 미끼로는 기름기 많은 꽁치를 사용해 갈치를 유인한다. 현지에서는 이를 ‘꽁치 대잔치’라고 부른다.
갈치가 서식하는 수심은 약 30~50미터. 힘으로만 던지면 줄이 엉키기 때문에, 그는 손목과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해 부드럽게 캐스팅한다. 밤바다는 늘 거칠고, 파도와 멀미는 낚시꾼의 체력을 시험한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낚싯대 끝을 바라본다.
2. 신념이 만들어낸 갈치의 가치
긴 기다림 끝에 은빛 갈치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박 사장은 갈치의 크기를 센티미터가 아닌 ‘지(指)’, 즉 손가락 마디 단위로 판단한다. 2지는 기본, 3지는 손님상에 올릴 수 있는 크기, 4지는 최상급이다.
보통 그는 3지 이상의 갈치만 선별한다. 약 50여 마리를 확보한 뒤, 다시 육지로 돌아와 곧바로 손질에 들어간다. 밤새 바다에 있었지만 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신선도는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좋은 맛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 말은 갈치 한 점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수분은 살아 있고, 지린내는 거의 없다.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촘촘하게 넣은 칼집은 살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고, 특히 갈치 뱃살은 일반 살보다 훨씬 깊은 풍미를 낸다. 여기에 신선한 아구 간을 곁들여 고소함과 담백함을 동시에 살린다.
3. 갈치 한 마리, 일곱 가지 요리로 완성되다
박 사장의 식당에서는 갈치 한 마리가 일곱 가지 요리로 변신한다. 이는 단순히 메뉴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갈치의 부위별 매력을 모두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갈치회는 뱃살까지 포함해 갈치 본연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고, 갈치 뱃살 튀김은 얇은 튀김옷으로 바삭함은 살리고 느끼함은 줄였다. 대파 갈치 꽃이구이는 갈치살과 대파를 말아 구워 향과 단맛을 동시에 잡아낸 메뉴다.
여기에 전통적인 갈치 조림과 구이, 그리고 갈치를 활용한 이색 메뉴인 갈치 탕수육까지 더해져 하나의 코스가 완성된다. 이 코스는 손님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며 예약은 몇 달 전부터 마감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식당은 주간 평균 200만 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들은 “사장님이 직접 낚시해서 요리한다는 점이 가장 신뢰가 간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말한다. “요리 실력으로 승부하기엔 늦었죠. 하지만 좋은 재료의 맛은 손님들이 먼저 알아봅니다.” 그의 말처럼, 이 식당은 갈치 한 마리에 담긴 진심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